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 정서적 고립과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를 ‘문화’의 힘으로 보듬고 새로운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치유학회(회장 고일주, 숭실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센터에서 ‘문화, 치유를 담다’라는 주제로 2025년 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숭실대학교 메타버스문화콘텐츠학과 문화치유전공, 교육대학원 융합영재교육전공, 사람책모델학교(교수 태진미), (사)대한상담협회가 주관하고 ㈜베스트텍이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100여 명의 학자, 전문가, 현장 실천가들이 모여 문화 치유의 이론과 실제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쳤다.

기조 강연에 나선 숙명여자대학교 김세훈 교수는 ‘문화와 치유: 다차원적 탐구 영역’ 발표를 통해 “예술치료가 개인의 내적 변화에 집중했다면, 문화 치유는 예술을 넘어 산책, 만들기, 캠핑 등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사회 내 공동체적 관계 형성을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화(Culture)가 ‘경작하다(Cultivate)’에서 유래했듯, 문화 치유는 훼손된 본모습을 회복하게 하는 실천적 행위”라며 “학문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이론적 탐구와 방법론적 모색, 다차원적 실천 영역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고일주 문화치유학회장(숭실대 교수)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문화치유: 새로운 연결과 회복’을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AI 리터러시, 자기주도성,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고 교수는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조하는 시대를 맞아, 인간 고유의 정서 조절, 신체 건강, 관계 형성 능력을 키우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해졌다”라며 “문화 치유는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지연 부연구위원은 “기존 문화 치유가 결핍의 회복을 돕는 ‘치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삶의 풍요로움을 위한 근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하지 않아도, 즐겁지 않아도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는 ‘심리적 풍요로움’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제언해 큰 공감을 얻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론적 논의를 넘어 문화 치유를 직접 체험하는 워크숍이 다채롭게 진행돼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음악으로 만나는 나, 그리고 우리’ 워크숍에서는 꿈꾸는나무 예술융합연구소 이지영 소장의 진행으로 참가자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소장은 “음악치료는 심리적 증상 완화를 넘어,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삶의 회복을 돕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세월호 참사, 탈북 청소년을 위한 음악치료 등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마음숲사회적협동조합 이은경 대표가 이끈 ‘감정놀이터’ 워크숍에서는 플루치의 감정수레바퀴, 루돌프 슈타이너의 12 감각 이론 등을 바탕으로 신체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깨우고 타인과 협력하며 배려와 성취감을 경험했다.
‘치유도구로써의 소매틱스’ 워크숍을 진행한 스쿨 오브 알렉산더테크닉 김경희 대표는 “내부 감각 인지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목적과 동력을 상실하기 쉽다”라며 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소마(Soma)’의 개념을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알렉산더테크닉의 핵심 원리를 체험하며 몸과 마음의 유기적 관계를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베스트텍이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100여 명의 학자, 전문가, 현장 실천가들이 모여 문화 치유의 이론과 실제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15편의 포스터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공존 역량 강화를 위한 교회 내 작은 도서관의 활용 가능성 탐색'(나비사랑 작은도서관 박한나), ‘교정시설 내 다중지능(MI)기반 예술표현 교육의 회복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한국교정교육프로그램 성명규), ‘그림책 기반 공예활동을 통한 시니어 대상 감정치유 사례 연구'(한현라) 등 현장의 고민과 대안을 담은 연구들이 발표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학술대회 전반의 진행을 총괄한 태진미 수석부회장(숭실대 교수)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깊이 있는 사유와 따뜻한 경험들이 더 넓게 퍼져나가,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창의적 영감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후원사로 참여한 (주)베스트텍 대표 역시 “문화 치유의 사회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앞으로도 학회의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문화 치유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적 활동이 아닌, 디지털 시대 모든 시민의 보편적 권리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사회적 실천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치유’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상처들을 보듬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문화치유학회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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